[류동수 교수] 초고에너지 우주선 기원을 파헤친다

과학 연구의 최전선 - 주간조선
July 23, 2019  |  편집위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처음이다. 울산역과 울산 시내 사이의 산속에 있었다. 지난 5월 16일 UNIST를 찾은 건 물리학과 류동수 교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류 교수는 초고(超高)에너지 우주선(Ultra-high-energy cosmic ray)이 지구를 향해 어디에서 어떻게 이동해 오는지를 설명해 주목받은 바 있다. 지난 1월 2일 미국 온라인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논문이 실렸다.

류 교수는 “초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과학자들은 아직 모르고 있는데 지난 1월 논문은 그에 대한 대답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류 교수는 자신과 공동연구자의 논문이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만들어지는 위치와 이동경로와 관련해서는 처음으로 나온 이론을 담고 있다고 했다.

우주선은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입자를 말한다. 지구 대기권 외곽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들의 ‘포격’을 받고 있다. 우주선은 우주선, 고에너지 우주선, 초고에너지 우주선으로 나눌 수 있는데 우주선은 입자의 에너지가 109전자볼트 이하이고 태양에서 주로 온다. 반면 고에너지 우주선은 1017전자볼트까지의 에너지를 갖고 있고 우리은하 내 천체에서 만들어진다.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진 충격파에서 생성되는 걸로 추정된다.

류 교수가 연구한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1017~1020전자볼트 에너지를 갖고 있는데 기원을 아직 모른다. 현재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입자의 에너지가 1013전자볼트이므로, 자연이 이보다 100만~1000만배나 되는 에너지 입자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류 교수는 “우리은하에는 에너지가 아주 큰 입자를 만들 만한 천체가 없다. 일례로 우리은하 중심의 블랙홀은 질량이 비교적 작아 그런 입자를 만들 수 없다. 설사 만들어진다고 해도 우리은하는 그런 높은 에너지의 입자를 잡아둘 수 없다. 그래서 우리은하 밖에서 올 걸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초고에너지 기원을 파헤치는 두 개 실험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 관련 미스터리는 미국 과학한림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이 2002년에 선정한 ‘물리학이 답하지 못한 11개 큰 문제’ 중 하나다. 이후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 연구에 관심이 모아지면서 연구자금 지원이 이뤄졌고, 현재는 이와 관련된 두 가지 거대 국제공동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AUGER(오제이) 실험과 TA(Telescope Array) 실험이다. AUGER 실험은 남미 아르헨티나 초원에서 남반구 하늘, TA 실험은 미국 유타주 사막에서 북반구 하늘에서 날아오는 우주선을 검출한다. AUGER 실험은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이 주도하며, TA 실험은 일본·미국이 주도한다. 여기에는 러시아·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북반구 하늘을 지켜보던 TA 실험은 이미 5년 전 검출 결과를 내놓았다. 북두칠성 방면에서 초고에너지 입자가 의미 있는 수치로 날아오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2008년 5월 11일부터 2012년 5월 4일까지 5년간 72개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검출했는데, 이 중 19개가 북두칠성 인근의 좁은 영역에서 왔다.

관측 결과를 해석하는 건 이론천체물리학자의 임무인데 바로 류동수 교수는 TA 실험에 이론가로 참여하고 있다.(국내 실험물리학자로 TA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로는 박일흥 성균관대 교수도 있다. 박 교수는 주간조선에 앞서 소개된 바 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은 우리은하 밖, 그렇지만 비교적 가까운 ‘근접 우주’에서 오는 걸로 추정된다. ‘근접 우주’는 천문학적으로는 대략 100메가파섹 거리, 빛의 거리로 따지면 약 3억광년 이내의 우주 공간을 가리킨다. 그런데 북두칠성 인근 ‘근접 우주’를 아무리 보아도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만들 만한 천체가 없다. 이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TA 실험 결과를 놓고 어리둥절했었다.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처녀자리 은하단 내 천체에서 만들어졌고, 이 은하단과 연결된 은하필라멘트를 따라 이동한다(붉은색 구불구불한 선). 그리고 우리은하로 날아온다(푸른색 화살표). 자료 류동수

처녀자리 은하단을 주목한다

류 교수 팀이 이번에 내놓은 가설은 북두칠성과는 좀 떨어져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이 고에너지 우주선의 출처라고 설명한다. 처녀자리 은하단(Virgo Cluster of Galaxies)은 태양계에서 약 5000만광년 떨어진 곳에 있다. 처녀자리 은하단에 있는 ‘Virgo A’라는 이름을 가진 전파 은하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기원이며, 그 우주선이 우주 필라멘트라는 구조물을 따라 북두칠성 방면으로 갔다가 지구 쪽으로 날아왔을 것이라고 류 교수는 설명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 설명이 가능함을 보였다. 류 교수는 “답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제안”이라며 겸손해했다.

은하단은 은하들이 중력으로 묶여 있는 가장 큰 천체이며, 처녀자리 은하단은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은하단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처녀자리 은하단에서 어떻게 북두칠성 방향으로 초고에너지우주선이 이동해 갔느냐는 근거다.

류 교수는 태양에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입자의 이동경로를 예로 들었다. 전기를 띠지 않은 광자, 즉 빛은 태양에서 지구 쪽으로 직선으로 날아온다. 반면 전기를 띤 입자(양성자나 전자)는 직선운동을 하지 못한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자기장에 의해 그 이동경로가 달라지는 것이다. 전기를 띤 입자는 자기장 주변을 회전하며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류 교수는 “우주에는 어디에나 자기장이 있다. 자기장은 우주에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천문학자들은 우주를 ‘거미줄(cosmic web)’처럼 생겼다고 표현한다. 거대한 구조물인 은하단들이 간간이 있고, 이 은하단들이 가늘고 긴 은하필라멘트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은하필라멘트를 이루는 건 목걸이를 구성하는 보석처럼 연결된 은하군들. 은하단과 은하단이 은하필라멘트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이 마치 거미줄 구조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은하거미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우주가 왜 거미줄처럼 생겼을까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는 국부 은하군(group of galaixes)에 속해 있다. 즉 은하단(clusters of galaxies)에는 못 끼고, 그보다 작은 은하 구조인 ‘은하군’에 속해 있다는 설명이다. 은하단들과 그들을 잇는 은하필라멘트가 있는 공간을 빼면 텅 빈 공간이 거대한 우주이다. 이 텅 빈 우주를 ‘보이드(void)’라고 하는데 ‘보이드’는 빈 공간이라는 영어이다.

류 교수는 “우주거대구조는 은하단, 은하필라멘트, 그리고 보이드라는 세 개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런 우주거대구조에 자기장이 다 있다. 은하단의 자기장 세기는 106가우스이며, 은하필라멘트의 자기장 세기가 얼마일 것이라는 힌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드에서도 약하지만 자기장이 있다고 했다.

류 교수는 처녀자리 은하단은 초고에너지 우주선을 만들 만한 천체를 여러 개 갖고 있다고 했다. 류 교수가 먼저 주목한 것은 처녀자리 은하단 내 Virgo A 전파 은하.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전파’를 내뿜는 은하 중의 하나다. 이 은하는 중심에 거대질량 블랙홀을 갖고 있고, 강력한 에너지를 제트(jet)로 방출하고 있다. Virgo A를 전파망원경으로 바라보면 강력한 전파를 뿜어내는 게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천문학계에 먼저 알려졌다. 지난 4월 10일 인류 최초로 공개된 블랙홀 사진이 바로 이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 모습이다. 이 블랙홀은 강한 전파를 내뿜고 있어 천문학계가 일찍부터 ‘M87’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류 교수는 “Virgo A에서 만들어진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은하단 자기장에 갇혀 있다가 은하필라멘트로 빠져나가고, 초고에너지 우주선이 은하필라멘트 자기장을 따라 돌아다니다가 필라멘트 밖으로 튕겨 나올 수 있다. 이게 지구를 향해 날아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난제를 풀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아직은 간접적인 증거에 근거한다. 하지만 우주거대구조의 물리학에 대한 현재까지의 이해를 근거로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출처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고 했다.

거미줄 모양으로 보이는 우주거대구조. 이미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것이다. 자료 사이언스뉴스

은하단 충격파가 또 다른 출처일 가능성

그는 초고에너지 우주선의 또 다른 출처 후보로는 은하단 충격파가 있다고 말했다. 은하단 내부의 충격파가 초고에너지 입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은하단을 전파망원경이나 X선망원경으로 보면 ‘은하간 매질(intracluster medium)’이 보인다. 대부분이 원시 가스이다. 이 은하간 매질의 질량이 막대한 크기다. 은하 질량의 10배나 된다. 밀도는 낮으나 온도는 매우 높은 플라스마 상태다(107~108도). 은하간 매질 안에는 가스, 우주선 입자, 자기장이 있는데 복잡한 난류(turbulence) 운동을 하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은하간 매질에는 충격파가 존재한다. 충격파는 은하단이 주변의 가스를 잡아먹으면서 생겨난다.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주변 공기에 충격파를 만들어내듯이 가스의 흐름은 충격파를 만들면서 우주 공간을 흔든다. 우리은하 내 초신성 폭발에 의한 충격파가 에너지가 좀 낮은 우주선을 만들어내듯이, 더 큰 은하구조인 은하단에서는 은하단 충격파가 은하간 매질에 충격을 주어 초고에너지 입자로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류 교수는 서울대 천문학과 79학번이다. 1983년 미국 오스틴-텍사스대학에 유학 갔다. 학과 동기인 부인 강혜성 부산대 교수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아 텍사스로 갔다. 당시 오스틴-텍사스대학이 천문학과 대학원 학생을 가장 많이 뽑아 두 사람이 같이 들어갈 수 있었다. 류 교수는 1988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는 이슨 비시니액(Ethan Vishniac). 비시니액 교수는 현재 미국 천문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총책임자로 일한다고 했다. 류 교수는 오스틴에서 공부를 마치고,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와 프린스턴대학에서 각각 2년씩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류 교수는 1992년에 귀국, 충남대에서 22년간 일했고, 2014년 울산과학기술원에 물리학과가 생기면서 옮겨왔다.

류 교수는 “초고에너지 우주선 연구는 내 연구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 인터뷰를 초고에너지 우주선에 집중해왔는데, 딴 데를 짚고 있나 싶어서였다. 그렇다면 류 교수는 그 밖에 뭘 연구해왔을까? 그는 은하단 내 매질이 주요 연구 영역이라고 말했다. ‘은하단 내 매질’ 이야기는 앞에서 우주거대구조를 얘기하면서 들은 바 있다. 조금 다행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걸 연구하는 학자를 표현하는 용어가 무엇일까? 류 교수는 “나는 고(高)에너지 천체물리학자”라고 말했다. 고에너지 천체물리에서는 높은 에너지의 물리 과정에 기인한 천체 현상을 연구하는데 우주선, 충격파, 자기장 등이 고에너지 천체물리 연구 주제 중의 일부라고 했다.

류 교수는 박사학위 논문을 ‘우주거대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로 썼다. 빅뱅 이후 우주에서 은하단과 같은 거대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보는 게 목표였다. 관련 변수를 넣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해서 그 결과를 확인해 봤다. 류 교수는 “내 박사학위 논문은 암흑물질뿐 아니라 가스(수소·헬륨)를 넣어 시뮬레이션을 한 게 남들과 달랐다”고 말했다. ‘가스’가 뭐냐는 질문에 그는 수소, 헬륨과 같은 것인데, 그걸 유체로 다뤘다는 게 의미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을 쓸 때 이 ‘유체’를 다룰 수 있는 우주론 시뮬레이션 코드를 개발했다. 우주의 거대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었다. 난류운동, 복사(radiation), 충격파 등을 넣고 그 결과 실제 우주의 천지창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가 얼마나 비슷한지 비교하는 것이다. 류 교수는 “텍사스대학 박사 시절 코드를 처음 만들었다. 프린스턴대학의 박사후연구원 시절 코드를 보완 수정했다”고 말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연구 방법

류 교수는 지금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번 초고에너지 우주선 연구도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쳐 확인한 결과다. 울산과기원 물리학과의 고성능컴퓨터를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류 교수는 “나는 시뮬레이션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류 교수는 미국에서 개발한 시뮬레이션 코드를 프린스턴대학에 놓고 왔다. 류 교수는 “당시 한국의 연구 환경이 참 안 좋았다”고 회고했다. 류 교수보다 선배 연구자, 그러니까 1970~1980년대에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선배 중에는 한국의 연구 여건이 안 돼 연구를 아예 포기한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외국의 연구자와 연결이 끊어지고, 한국 내 시설도 안 되고 하니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류 교수는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연구 환경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수퍼컴퓨터도 그렇고, 연구비 규모도 좋아졌다고 했다. 류 교수는 “지금은 한국이 유럽이나 미국보다 연구 환경이 더 좋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귀국 후 열악한 여건 때문에 미국에서 했던 연구를 그대로 할 수 없게 되자 연구 방향을 바꿨다. 우주거대구조 형성 연구에서 우주거대구조의 물리적인 현상에 관한 연구로 바꾸었다. 즉 은하간 매질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류 교수는 “은하간 매질 연구에는 다양한 물리학이 들어가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을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이론연구의 여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올린 성과 중 하나가 학술지 사이언스 2008년 5월 16일자에 실린 ‘우주거대구조의 난류와 자기장(Turbulence and Magnetic Fields in the Large-Scale Structure of the Universe)’이라는 논문이다. 충남대에서 일할 때 쓴 논문이라고 한다. 사이언스는 당대 최고라고 평가받는 학술잡지다.

류 교수 인터뷰를 마치고 부리나케 KTX역으로 다시 택시를 타고 갔다. 열차 속에서 류 교수 인터뷰 녹음을 들었다. 취재할 때 부분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내용도 있었으니 다시 들어야 했다. 녹음을 들으며, 그가 설명을 참 성심껏 해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원문링크 https://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8&nNewsNumb=002560100025